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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치연구소

국립서울병원 사보에 실린 글

 

 

 

 

 

 

 

 

 

국립서울병원 사보 '한울이야기' 2015년 9월/10월호에 내 글이 실렸다.

인터넷중독, 스마트폰중독 치료프로그램인

HORA(The Happy Off to Recovery of Autonomy)에 동참한 것도 기쁘고 영광인데,

병원 사보에 내 글이 실리다니 또 기쁘고 영광이다! ^^

 

 

* 사진을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래는 제가 작성한 원고 원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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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RA 프로그램에 참여한 소감

 

 

이야기&드라마치료 연구소장 지경주

 

   

   2002년 광진구에 있는 어느 고등학교에서 컴퓨터 몰입으로 인한 학교부적응 청소년 대상의 사회심리극을 처음 의뢰받은 이후, 저는 주로 학교에서 컴퓨터와 스마트폰 과다사용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을 만나왔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중독대응센터의 의뢰를 받아 집단상담을 겸한 연극적인 방법을 진행해보기도 했습니다. 학교의 경우, 교사에 의해 선별되어 참석한 학생들의 수동적이고 비적극적이며 무관심한 태도로 인해,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몰입하게 되는 이유를 탐색하고 대책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중독대응센터는 좀 더 적극적인 프로그램 진행이 가능했었지만, 저와 내담자와 보호자가 함께 연극적인 방법을 통해 몰입의 이유를 탐색하고 대책을 마련해 연습해보아도, 프로그램 이후 일상으로 복귀하면 또 다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니, 프로그램을 통해 조성된 '의미있는 만남과 결심'이 쉽게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극적인 방법도 의미가 있겠지만, 중독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중독대상을 당사자와 물리적인 거리를 둘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아보였습니다. 그러던 중 HORA 프로그램에 동참하게 된 것은 저에게 큰 자극과 도전과 배움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스마트폰과 물리적인 거리를 둔 채 안정된 환경에서 지내면서, 정신건강의학과 병동 내에서 비약물위주의 치료가 진행된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습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대한 좀 더 현실적이고 적극적이며 안전한 방법이 구상되고 실행된다는 사실에 기뻤고, HORA 프로그램에 연극적인 방법이 고려되고 제가 동참할 수 있게 됨에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HORA 프로그램에 참석한 주인공들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과다사용을 이유로 가족과의 상의를 거쳐 입소했기 때문에, 곧바로 문제에 대한 접근이 비교적 원활했습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문제가 어떤 문제인지를 좀 더 명확하게 정의하고, 좀 더 깊고 넓게 자신의 삶과 생각을 되짚어보고 탐색하는 작업이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스마트폰과의 대화장면을 12역 하면서 자신과 스마트폰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었고, 주인공과 스마트폰을 연결해주는 눈//팔들의 역할을 맡아서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살펴보았고, 주인공은 스마트폰에 몰입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는 반드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스트레스를 만나 담판을 짓기도 했고, 스트레스의 요인 중 하나가 부모의 말한마디라는 것을 찾아내어 부모에게 평소 표현하지 못했던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말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번 사회극을 진행하면서 이루어진 작업을 돌이켜보면 자신이 스트레스 상황에 처했을 때 신체적으로나 마음 속으로 위축되지 않고 당당한 자신을 유지할 수 있는 -행동화 작업이 이루어졌고, 빈의자와 보조자아(보조자아를 맡아주신 최별, 이수빈 두 자원봉사학생들에게 이 글을 통해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중요한 역할들을 잘 수행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상징적인 대상을 통해 연극적인 방법으로 안전하게 자신의 내면을 표출하면서, 한편으로는 역할바꾸기를 통해 누군가의 역할을 맡아 역할확대를 시도해보고 그 사람의 심정을 이해하면서 내적성장의 기회가 된 것으로 보이고, 또한 배우와 관객의 역할을 계속 맡아가면서 목격함(관객)과 목격됨(배우)의 상호작용을 통해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은 ’,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나를 바라보는 주위 사람‘,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주인공과 주위사람을 바라보는 관객과 같이 다인칭(1인칭, 2인칭, 3인칭) 시점에서 문제를 다루어보는 경험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일상에서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을 안전한 장소에서 시도해보는 작업은 마음의 정화(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로 연결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개인의 문제에 초점을 두는 심리극과 집단이 공유하는 문제에 초점을 두는 사회극을 진행하면서 늘 주인공과 집단이 만든 보이지 않는 내면의 동굴을 탐색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이번에는 HORA 프로그램 덕분에 보다 안전하고 신속하게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몰두하는 주인공의 내면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서로의 느낌을 공감하는 시간 또한 가질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기회 되는대로 HORA 프로그램에 동참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