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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그리고 공부

어느 진보단체 창립과 나

엉뚱한 곳으로 사람을 초대해놓고는 문자메시지 답장도 없고 전화도 안 받다니...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영하의 날씨는 더 차갑게 느껴졌다.

연락을 기다리며 20분 가량을 우두커니 서있다가 이제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일정 때문에 가봐야할 것 같고, 이틀 뒤 창립총회에서 뵙겠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네~^^'라는 짧은 답장을 보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나는 '하나의 징검다리'로서, 이 단체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잠시 생각해보았다. 

창립총회 참석을 보류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대문역을 향해 발길을 돌린 그 순간부터 잠들기 전까지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라는 단어가 계속 떠올랐다.

 

이 일이 있은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음을 확인하고 난 뒤,

이 단체는 '나'라는 사람이 아니라, 단지 이름과 돈이 필요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 전 연락을 받았을 때는 뜻있게 사는 분들이 준비한 의미있는 일에 동참한다는 생각에,

보릿고개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나름 큰 돈을 송금했었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뿌듯함도 보람도 기대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흔적없는 기부를 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마음을 달래본다.

 

이번 경험을 통해 '진보'라는 단어에 실망감을 느꼈고,

사람을 목적이나 수단이 아닌 '사람'으로 대해야겠음을 다시 한번 배웠다.

 

내가 만약 누군가를 초대한다면, 찾기 쉽게 안내하고, 도착할 때까지 자주 전화를 확인하고,

혹시 손님이 근처까지 왔다가 되돌아 갔다면 그 이유를 확인해보겠다. 내가 초대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