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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치연구소

심리극 보조자아의 부정적인 감정 조율하기

나는 지금 심리극 무대 위에 서있고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있다.

 

내가 주인공이라면 심리극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어줄 수 있지만, 지금 나는 주인공의 심리극 진행을 돕는 보조자아로 서있다...

 

심리극 보조자아가 무대 위에서 '부정적인 감정이 노출될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우선 결정해야 할 것은, 지금 이 순간 '심리극에 동참 가능한지'를 점검해보고

'1) 무대 위에 머물기, 2) 무대 밑에 머물기, 3) 무대에서 벗어나기'에 대한 판단이 필요할 것 같다.

 

만약 무대 위에 머물기로 결정했다면, 부정적인 감정을 얼마나 잘 조율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보인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방법은 '부정적인 감정'을 진행 중인 심리극에 적절하게 반영하여, '역동적인 극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재료'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 정도 경지에 이른다면, '드라마치료의 생활화'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무대 밑에 머물기로 결정했다면, 언제 무대 밑으로 내려갈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보인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방법은 '장면전환을 통한 자연스러운 퇴장'이다. 때로는 '내 안의 부정적인 감정'을 최대한 다스리다가 보조자아가 직접 자연스럽게 장면전환을 주도하는 방법도 있다. 자연스러운 퇴장을 스스로 주도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면, 이 또한 '드라마치료의 생활화'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무대에서 벗어나기로 결정했다면, 잠시 밖에 있을지('밖에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오자~') 이 자리를 떠날지('오늘 심리극 참석은 여기까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보인다. 만약 무대 위에서 결정했다면 언제 무대 밑으로 내려갈지에 대한 사전 고민이 필요할 것 같고, 무대 밑에서 결정했다면 언제 밖으로 나갈지에 대한 사전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무대 위에 머물지, 무대 밑에 머물지, 무대에서 벗어날지 혹은 또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고 결정하기 위해서는 '주인공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표현범위', '심리극 진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표현범위'를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무대 위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조율해야 할 수 밖에 없는 경험이 처음이었거나 앞으로도 계속 반복된다면, 심리극의 창시자인 모레노가 언급한 '보조자아가 처하는 어려움'을 참고해 점검해보면 좋을 것 같다.

 

1) 자신의 미해결 과제, 2) 심리극 연출가에 대한 저항, 3) 자신에게 할당된 역할에 대한 빈약한 설명, 4) 심리극 기법에 대한 불신이나 부정적 태도, 5) 대인적 문제

 

다섯가지 어려움에 대해 혼자 점검 가능하다면, 나는 동료들과 이에 대해 공유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하고, 혼자 점검하기 어렵다면 동료들과 이에 대해 공유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하고 싶다. 혼자만의 경험으로만 간직하지 말고, 가급적 공유와 공감의 기회로 연결해보는 것이다.

 

이것은 보조자아의 부정적인 감정조율에 대해 동료들이 서로 공유/공감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 경험은 무대 위에서 만날 수많은 내담자들과의 보다 폭넓고 깊은 공유/공감의 기회로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다섯가지 어려움 모두를 고루 경험해보았는데, 특히 한사람 덕분에 매번 심리극에 참석할 때마다 1번부터 4번까지의 어려움을 한꺼번에 경험했던 기억이 난다.

 

'심리극 보조자아의 부정적인 감정 조율'이 노출되는 과정과 그 결과는 결국 보조자아가 속한 특정 심리극 치료집단의 응집력, 그리고 진행자의 인성과 역량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가 될 수 있다.

 

 

 

 

 

 

 

 

** 심리극의 좀 더 상위적인 표현으로 '드라마치료'라는 단어를 사용함.
** 드라마치료와 일상생활을 서로 잘 조율하고 활용하며 사는 것이 '드라마치료의 생활화'라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