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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어느 진보단체의 창립과정을 지켜보면서.

어느 진보단체의 창립과정을 지켜보면서.

 

 

200명 넘는 사람 중에 면대면으로 알고 지내는 사람은 한명도 없는 낮선 곳.

처음에는 네임벨류 높은 한 사람을 주축으로 뜻있는 일을 하는 단체인줄 알았다.

 

하지만 번개모임에 초대받아 방문해보니 엉뚱한 장소였다. 장소를 잘못 찾은 것 같아 전화했더니 전화벨은 울리는데 받지 않았다. 어디로 가면되는지 문의하는 문자를 보냈으나 답장도 없었다. 결국 20분을 엉뚱한 곳에 서있다가 문자메시지를 재확인하여 두군데 주소가 있음을 확인했다. 새로운 장소 앞에 도착한 뒤, 시간을 보니 예정된 다른 일정 때문에 그냥 가는게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다음 일정 때문에 가보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뒤 발길을 되돌렸다. 한참 뒤 '네~^^'라는 짧은 답장을 받았다.

 

이 사건을 통해, 이 단체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단체처럼 보이면서도 사람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는 모순을 느꼈고, 적어도 나는 그들이 소중히 여기는 대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라는 단어를 떠올렸고 소외감을 느낄 수 있었다.

 

번개모임 사건이후 한동안 조용하다가, 갑자기 카카오톡 방에 초대되었다.

 

채팅방에 올라온 그들만의 대화를 지켜보면서, 마치 영화관에서 마음에도 없는 광고를 보는 것 처럼, 밀려드는 낮선 사람들의 홍보를 봐야만 했다. 그리고 '내가 왜 끼어들 틈도 느껴지지 않는 그들만의 대화를 지켜보아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생겼다.

 

대화를 지켜보며 떠오른 단어는 '급진', '야망', '계산'이라는 세가지 단어였다.

나는 초대된 카카오톡 방에서도 여전히 '소외감'을 느꼈다.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다가, 문득 나처럼 '아무것도 모른채 기분좋게 동참했다가, 소외감을 느끼고 알아서 떨어져 나갈 사람'에 대해서도 모두 다 계산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순간 오싹한 느낌도 들고 무척 불쾌했다.

 

최근 이메일을 통해 가입서류를 받았는데, 가입서류는 나에게 '1) 이름만 올리던지, 2) 돈만 내던지, 3) 돈도 시간도 다 내던지' 알아서 선택하라는 과제를 제시했다. 그곳에서 지정한 장소와 지정된 시간에 방문하는 것은 자영업자인 나에게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돈만 내거나 이름만 올리면 되는게 나의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결국 이 단체는 나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명의'와 '돈'을 원했을 뿐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충분히 이 단체에 대해 심사숙고 하지 않은 채, 보리고개를 힘들게 넘어가면서 내 귀한 돈을 송금한 것과 그들만의 대화를 억지로 참아내며 지켜본 것을 반성한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우물 안의 개구리였고 부족한 사람인지, 이들의 사회적 지위와 수준높은 대화와 저서들과 홍보를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 또한 이 단체 덕분에 내가 속해있는 여러 사회복지관련 단체들의 '회원들을 위한 배려'가 얼마나 따뜻한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고, 내가 만든 이드치연구소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진보라는 이름을 내세운 특정 단체의 모습만을 목격한 것인지, 진보를 표방하는 단체들의 상징적인 모습을 목격한 것인지는 앞으로도 계속 지켜보고 생각해보아야겠다(만약 후자에 해당된다면 나는 진보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이 단체와 관련된 페이스북 친구들과는 친구관계를 정리해야겠다.

 

나는 이렇게 sns를 통해 험담하는 것으로 소심하게 그 단체와의 관계를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내 명의와 돈으로 창립 잘 하시고, 잘 먹고 잘 사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