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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기

시네도키 뉴욕



영화를 보는 동안 계속 떠올렸던 단어는 '잉여현실'이었고
한편의 심리극을 보는 것 같았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인공(protagonist)이 있고,
주인공이 연극을 공연하기 위해 매입한 공간은 마치 심리극의 무대처럼
주인공의 잉여현실을 최대한 표현할 수 있는 세트로 만들어지고,
주인공에게 의미있는 사람들은 보조자아(auxiliary ego)에 해당되는 연기자들이 연기하고,
연기자들의 언행을 통해 내 자신을 거울처럼 비춰보기도 하고,
주인공이 연기자에게 연기지시를 내릴 뿐 아니라
연기자들의 언행이 거꾸로 주인공의 삶에 반영되기도 하고,
전혀 엉뚱한 사람이 원하는 역할연기를 자원하고 서로 협의하기도 하고,
디렉터일지도 이중자아일지도 모르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따라 연기하기도 하고,
지금까지 내가 본 영화 중에 심리극의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해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쓰면서 문득 이러한 생각이 든다.

지나간 현실은 되돌릴 수는 없다.
재현할 수는 있어도 지나간 시간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재현 속에 머물려 애쓰다보면 이 또한 또 다른 현실이 된다.

그렇기에 과거를 긍정적으로 재평가하고 감정을 어루만지는 것이
심리극에서 내가 발휘할 수 있는 최대한의 능력이고 한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