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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그리고 공부

정신건강교육에 대한 의견

○○○선생님께.


내년도 학교사회사업 프로그램에 정신건강교육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주시고, 자문을 요청해주심에 감사합니다.


문득 어느 중학교에 자살예방교육을 하러 갔다가, 절대로 자살방법을 가르쳐주면 안 된다고 말씀하신 교감선생님과 ‘저는 자살 안 하니까, 이거 안 들어도 되죠?’라는 말을 했던 어느 학생이 기억납니다.


정신건강교육은 정신보건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가에 의해 관련지식을 알기 쉽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잘 운영하게 된다면 정신건강 관련문제에 대한 예방과 개입을 보다 원활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여기서 예방과 개입을 간단하게 설명한다면, 예방은 미리 접한 지식을 통해 실제 정신건강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침착하게 적절한 대처방법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고, 개입은 교육을 통해 자신이나 주위에 문제상황을 파악하면 이에 따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또한 평생교육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 프로그램은 남녀노소 상관없이 전 국민 대상의 정신건강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추춧돌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메일에 언급하신 것처럼 상담지식만으로는 상담실을 찾는 청소년들의 인지와 정서적인 문제에 개입하는데 한계가 있고, 상담실을 방문하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자신이 어떤 어려움을 갖고 있는지 조차 모르는 학생들을 찾아내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에 저도 공감합니다.


선생님께서 정신건강교육을 고려하신 것은 상담실을 찾는 학생들에게 보다 적합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고, 갑작스럽게 도입해 일시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 상담현장의 실제에 적합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한 장시간의 고민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선생님께서는 상담실을 찾는 학생들 다수가 자신의 감정조절과 표현의 문제가 있음을 모르고 있거나 알고 있어도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잘 모르는 모습을 보인 현실적인 문제를 계속 관찰해오셨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프로그램 개발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자연주의적 관점(naturalistic viewpoint)에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선생님께서 정신건강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시는데 유리한 입장에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상담현장과 교육현장을 접하면서 많은 학생에게 체계적이고 의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계시고, 계획된 변화(planned change)를 유도할 수 있는 변화촉진자(change agent)의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위치에 계십니다. 그리고 자신의 인지와 정서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학생들이 이해하는데, 정신건강교육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계십니다. 또한 저 뿐 아니라 지역사회 내 보건소나 정신건강센터에 있는 전문가와의 연계를 통해 체계적인 지식을 전달할 수 있고, 사전협의를 통해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접근방법을 준비하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신건강교육을 통해 상담실 방문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다면, 그동안 선생님께서 시범적으로 운영해오신 소집단 상담, 미술치료, 연극치료의 연계, 그리고 올해부터 시작된 지역사회 내 정신보건센터의 청소년 프로그램과의 연계도 보다 활발해지리라 생각합니다.


얼마전 지인을 통해 선생님께서 근무하고 계신 학교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소식도 함께 들으면서, 저 또한 클라이언트를 머나먼 곳으로 떠나보냈던 기억을 떠올리며 선생님의 프로그램 개발 취지에 가슴깊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학생들 중에 잠재적인 정신적 문제를 안고 있는 학생을 발견하고, 자칫 충동적이고 돌발적인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예방적인 접근에 좀 더 힘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입시교육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있고 눈에 띄는 성과를 원하는 교육의 현실 앞에서, 따로 시간을 쪼개어 예방교육을 시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반복된 문제가 발생하고 사회적인 이슈가 되어 정책적인 변화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제 양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젠가 학교 내 다양한 예방교육이 활성화 되는 날이 오기 전까지, 가급적 저는 선행사례를 많이 만들어 보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선생님의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에 부분적으로나마 동참하고 싶습니다.


선생님의 생각은 현실성과 장기적인 안목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에 시범적으로 잘 운영될 수 있다면 학교사회사업과 정신보건사회사업의 교류 사례 뿐 아니라, 평생교육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의견이 기획안을 작성하시는데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다면 기쁘겠습니다. 내년에 시행할 학교 사회사업 프로그램에 정신건강교육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주시고, 자문을 요청해주심에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 연세로뎀정신과의원 정신보건사회복지사 지경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