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 그리고 공부

상담실에서 일어난 일

** DP 사이트에 제가 직접 올렸던 글을 이곳에도 올립니다 **



저희 직장에는 심리상담실이 있습니다.

며칠전 상담실로 어느 여성의 문의전화가 왔습니다.
첫번째는 자신이 상담했던 내용이 저희 상담실 홈페이지에 올라와있어서
글 올린 사람의 인적사항과 IP주소를 알고 싶은 것과
두번째는 그 글의 삭제를 원한다는 건데,
전화한 본인이 올린 글이 아니어서 모두 어렵다고 답변했습니다.

문의전화한 분의 말씀에 따르면
한달전 동네에 있는 모 복지관에 방문해 집안 문제에 관한 '비공개 상담'을 받았는데
한달이 지나도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아 인터넷 검색으로 도움을 받으려 했더니
자신의 사례와 똑같은 내용이 저희 상담실 홈페이지 '공개상담 게시판'에 올라왔다는 겁니다.

복지관에서 상담한 내용은 남편과 자녀에 관한 고민이었는데
복지관에서 상담한 시기에 저희 상담실 홈페이지에 남편에 대한 상담글이 올라왔고
바로 다음날에는 자녀에 대한 상담글을 나눠서 올렸다고 하네요.
그리고 남편에 대한 상담글을 올릴 때는 글 올리는 사람의 이름을 '현경(예를 들어)',
자녀에 대한 상담글을 올릴 때는 글 올리는 사람의 이름을 '은경(예를 들어)'로 했는데
실제로 상담을 요청한 여성의 이름은 '연경(예를 들어)'이라는 겁니다.

일단 다음날 전화를 다시 주십사 요청하고 문제의 공개상담글을 읽어보니
두 글 모두 동일 인물이 요약정리해서 올린 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게시판에 IP주소는 남겨지지 않도록 설정되었고 인적사항을 알 수 있는 방법도 없었습니다.

다음날 다시 그분의 전화를 받았을 때는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글 올린 사람의 인적사항과 IP주소는 알 수 없는 상태이고 글 삭제도 어렵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대신 앞으로는 글올린 사람의 IP 주소는 알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전화주신 분께서 오늘 그 복지관에 찾아가서 이 사실을 알리고 항의한 뒤
법적인 문제가 밝혀지면 복지관과 관련 직원을 고소할 생각이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잠시후...
자신이 올린 글 두개를 지워달라는 요청전화가 다급하게 왔습니다.
본인이 올린 글이면 본인이 지우면 된다고 설명해주었더니 비밀번호를 모른다고 합니다.
어떤 글을 올렸는지 물어보니, 하필이면 문제의 그 글이었네요.
그렇다면 역시 동일 인물이 하루 차이를 두고 다른 이름으로 글을 올린게 틀림없었습니다.

저희 홈페이지 운영 내규에 의거해, 글 쓰신 분의 인적사항과 삭제사유를 보내주면
내부 회의를 거친 뒤 삭제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을 알려드리자 곧바로 이메일이 왔습니다.

삭제사유를 읽어보니 친척이 갖고 있는 문제에 대해 도움이 될까 하고 올린 글인데
한달이 지나 생각해보니 친척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삭제를 요청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결국 문제의 두 글은 삭제되었습니다.

 

자신의 편의를 위해 누군가의 비밀을 노출한다면 결국 내담자 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을 알았겠지요...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