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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쉰 목소리의 남자아이

 

 

 

 

아침이 되면 동네에서 자주 듣는 한 남자 아이의 목소리가 있다.

 

아이 목소리는 맞는데 쉰소리가 섞여있고

(배우 윤문식선생님의 어린 시절이 저렇지 않았을까 생각해본 적도 있다),

대화치고는 너무 크고 힘이 들어가 있어서 인상적으로 들리는 독특한 목소리다.

어떤 아이인지 두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었으나

굳이 몸을 움직여 창문을 열고 두리번 거리며 확인해보지는 않았다.

오늘 아침 그 아이의 목소리로 판단되는 독특한 울음소리가 계속 들려,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과체중에 묵직한 느낌을 주는 남자아이가 눈에 띄었다.

 

그 아이는 다른 아이들이 걸어가는 방향으로 몸은 향해있지만

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서 울고 있었다.

잠시후 "야! 빨리 안 가!!" 소리가 들리자,

길을 걷던 사람들이 일제히 소리나는 곳을 바라보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사람들이 보는 방향을 향해 시선을 돌렸지만 창문 너머라서 누군지 확인할 수 없었다.

 

다시 그 아이에게로 시선을 돌리니

그 아이는 다른 아이들을 따라 느릿하게 걷고 있었고

오른손으로 눈물을 닦는 듯한 동작이 나올때마다 우는 듯한 쉰소리가 조그맣게 들렸다.

저 아이가 갖고 있는 독특한 목소리의 비밀은

더 크고 날카로운 목소리를 갖고 있는 얼굴없는 어느 여성과 관련되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아이들보다 유난히 많이 섞여있는 그 쉰소리는

그 아이가 처해있는 환경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