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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페이스북 친구관계를 끊은 어느 학생에게

 

 

 

 

페이스북 친구관계를 끊은 어느 학생에게.

 


학생!

늘 술자리 사진, 음식점 사진, 친구들과의 기행을 담은 사진이나 동영상,

신고당할 수도 있는 끔찍한 사진,

유머라고 소개해놓고 무섭거나 끔찍한 것이 돌발적으로 나오는 반전 동영상,

특정인을 향한 욕설 글이 인상적이었던 학생의 흔적이 어제부터 보이지 않음을 알았습니다.

확인해보니 학생이 저와의 페이스북 친구관계를 끊었음을 알았지요.

그리고 성적확인 및 정정기간이 시작된 시기와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생의 이름과 얼굴을 떠올릴 때마다 항상 다섯가지가 떠오릅니다.

 

 

1) 수업 중 큰소리로 뒤돌아보면서까지 하고 싶은 말은 반드시 하던 모습.

2) 수업 중 주위 사람들과 할 말이 없으면 곧바로 엎드려 자던 모습.

3) 쉬는 시간이 한참 지나 들어오거나, 수업 끝날 때까지 안 들어오던 모습.

4) 시험시작 10분도 되지 않아 답안지를 내고 퇴실하던 모습.

5) '여백의 미' 사이로 소소한 낙서가 돋보였던 답안지...

 


여러번 우회적인 주의를 줄 때마다 웃음으로 답하고,

직접 주의를 주면 굳은 표정을 짓다가 조용히 엎드리던 학생의 피드백도 인상적이었지요...

언제든지 저에게 친구 신청을 다시 한다면 예전처럼 페이스북에서 친구가 될 수 있고,
나중에 사회인으로 다시 만난다면 저는 반갑게 인사나눌 것입니다.


직접 설명을 들을 수 없기에 사연을 알 수 없지만,

저는 페이스북 친구관계를 끊은 학생의 결정을 존중합니다.

그리고 하루빨리 '죽고싶다'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왜 학생이 F를 받을 수 밖에 없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지금의 현실을 인지하면서 차분히 수용하는 시간을 가진 뒤,

여름방학과 다음 학기를 잘 준비하셔서 2학기에는 좋은 성과 있기를 기대합니다.

저와 페이스북 친구이면서 동시에 학생과 페이스북 친구인 누군가의 담벼락을 통해,

혹은 제 담벼락이나 블로그를 통해 제 생각이 학생에게 잘 전달되리라 생각하고 이 글을 썼습니다.

학생이 받은 최종점수는 중간고사(30점), 기말고사(30점), 보고서(20점), 출석점수(20)가

종합적으로 반영된 것이고, '수업태도'에 대한 점수항목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지 '불성실한 수업태도' 때문에 징벌적인 F를 받았다고 생각한다면 심히 유감입니다.

 

저는 오히려 학생 스스로 생각하는 그 수업 태도가

중간고사, 기말고사, 보고서, 출석에 큰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지금의 결과가 나왔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떠신지요?

 

저는 학점관리를 '방어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시작은 모두가 동등하게 100점에서 시작하다가

출석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1점씩 깎이다가 F를 받을 수 있습니다.

보고서는 어떻게 작성하느냐에 따라 좀 더 많은 점수를 깎일 수 있고,

시험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많은 점수를 왕창 깎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개강날 모두에게 기본값으로 주어진 100점을 잘 유지하면서

종강과 기말고사까지 실점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저는 그것이 바로 '학점관리의 기본적인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늘 함께 하던 학생의 여자친구 또한

지금의 현실을 인지하면서 차분히 수용하는 시간을 가진 뒤,

여름방학과 다음 학기를 잘 준비하셔서 2학기에는 좋은 성과 있기를 기대합니다.

 

 

지경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