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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치료

강서필병원 심리극 - 2016년 3월 10일

2016년 3월 10일에 있었던 강서필병원 심리극을 떠올려본다.

 

<1>
알코올환자 대상의 심리극에서는 주인공 경험을 하실 분이 계시지 않아서, 두 보조자아의 도움을 받아서 진행했다. 보조자아는 자녀의 역할을 맡고, 환자들은 부모가 되어서 서로의 소원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해보는 것으로 설정했다. 보조자아에게 남자환자 한분과 여자환자 한분을 만나는 것으로 약속하고, 직접 아버지와 어머니 역할 할 분을 찾아가기로 했다. 보조자아가 직접 의자를 가져가 함께 연기하고 싶은 환자 분 앞에 의자를 놓고 앉으면 곧바로 부모자녀간의 대화가 시작되도록 했다.

 

보조자아의 선택에 모두 다 감사히 응해주셨고, 마치 부모와 자녀의 대화처럼 극은 진행되었다. 그리고 역할바꾸기 기법을 두번 진행하여, 부모역할을 맡은 환자들이 자녀의 역할을 한번 경험해보고 자신의 역할로 되돌아올 수 있도록 했다.

 

이미 멀어져버렸지만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하고 연극에 임해주신 분, 차분하게 자녀에게 부모로서의 바램을 말씀해주신 분, 힘있는 목소리로 '술을 끊기 위해 노력하는 나의 모습'을 지켜봐달라고 부탁하는 분, 배우자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는 것을 이해해주었으면 좋겠고 부족한 부모 밑에서 이렇게 잘 자라주어 고맙다고 말해주는 분. 네분의 이야기를 듣고나니 그냥 마무리 지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자녀역할을 맡아준 보조자아에게 부모역할을 맡아주신 환자들에게 안마서비스를 부탁했다. 그리고 안마를 주고받는 시간을 잠시 가졌다. 때마침 대학에서 체육을 전공하고 스포츠안마를 배운 분이 계셔서 보조자아에게 스포츠 안마를 시연해주기도 하셨다.

 

직접 텔레의 원활한 흐름을 이끌어준 보조자아들, 보조자아의 요청에 흔쾌히 응해주신 네분의 환자들, 조용히 심리극을 지켜봐주신 관객들에게 감사했다.

 

 

<2>
정신증환자 대상의 심리극에서는 늘 심리극에 오시지만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보이는 분이 주인공을 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나와 대화가 되지 않았고 언어적 표현을 거의 알아듣기가 어려워서, 혼자서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조금 가진 뒤, 다음 기회에 주인공 경험을 하기로 약속하고 다음 주인공을 초대했다.

 

두번째 주인공은 오늘 처음 참석하신 분이었다. 자신은 조폭두목이 되는 것으로 하고 부하는 세명정도 있으면 좋겠다고 하여, 주인공이 지명한 세분이 조폭으로 등장했다. 주인공은 부하들에게 각각 도끼, 망치, 쌍도끼 역할을 맡겼고 부하역할을 맡은 세분은 각자 부하처럼 연기했다. 등장인물 네명 모두 실제 조직폭력과는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마치 한국 코미디 영화 속에 나오는 조직폭력배처럼 연기해서 관객들의 환호성과 웃음이 계속 나왔다. 진행도중 주인공이 계속 극을 진행하는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는 판단이 들어서, 두목의 입장에서 부하들을 지시하는 장면을 진행하고 마무리 지었다.

 

세번째 주인공은 또 다른 보조자아에게 함께 연기할 환자를 초대하여 진행하도록 했다. 초대받은 분은 잠깐의 장면설정 후 유창한 대사와 함께 극 분위기를 이끌어갔고, 대사만으로 순식간에 등장인물의 관계와 상황을 극적이면서 체계적으로 설정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역할이 바뀌어도 계속 등장인물의 관계와 상황을 보다 극적이면서 체계적으로 설정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사람의 극진행이 재미있기도 하고 짜임새 있기도 해서, '극진행에 대한 배움의 기회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세번째 주인공을 영입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주에는 알코올환자 대상의 심리극을 통해 많이 웃었고 정신증환자 대상의 심리극을 통해 훈훈한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주 심리극은 알코올환자 대상의 심리극을 통해 훈훈한 분위기를 경험했고, 정신증환자 대상의 심리극을 통해 '즉흥극을 통한 웃음의 힘'을 경험할 수 있었다.

 

다음주 강서필병원 심리극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