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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치료

국립정신건강센터 심리극

 

2016년 5월 11일에 진행했던 국립정신건강센터 심리극을 떠올려보며.

 

TV에서 자극적인 심리극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은

'심리극은 강력한 효과를 가진 일회성 충격요법'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진행하는 심리극에 참석한 사람 중에는 TV에서 본 심리극을 언급하며,

1) 강렬한 경험을 원하는 사람,

2) 강렬한 자극을 피하고 싶은 사람,

3) 싸움구경하듯 그저 구경만 하겠다는 사람을 종종 목격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일회성이면서 자극적인 심리극을 선호하지 않고,

심리극이 반드시 일회성으로 진행되거나 자극적이지 않다는 것을

관객들에게 설명하는데 시간을 보낸다.

 

자극적인 심리극 이미지를 조성한 것에 대해

TV방송사와 일부 심리극 전문가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TV에서 보여지는 자극적인 심리극 장면은

안정을 필요로 하는 정신건강의학과 환자에게,

특히 PTSD 환자에게 매우 부적절한 치료방법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PTSD 진단을 받았고, 한달가량 심리극에 참석해온 분이 자발적으로 주인공이 되었다.

이번에는 과거의 구체적인 상처를 다루고 싶어했고, 가해자와 만나기를 원했다.

 

주인공이 원하는대로 극을 설정해 진행하면서,

주인공이 가해자 역할과 피해자 역할을 오가는 모습을 관찰했다.

주인공이 피해자와 가해자 두 역할을 잘 구분해서 표현한다는 판단이 들었다.

남성 보조자아 두명을 선정해, 피해자를 도와주고 가해자를 압박하는 코러스를 맡겨서

각 역할마다 어느정도 선까지 감정적인 표현이 가능할지 점검했다.

 

주인공은 자신을 상징하는 피해자 역할보다는 가해자 역할을 맡는 것이 더 안전해보였고,

심리극 시간이 아니면 가해자의 역할을 경험해볼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해자 입장에서 피해자의 강력한 호소와 요구를 경험해보도록 진행했다.

 

주인공이 연기한 가해자는 가벼우면서도 높은 톤의 목소리로 방어적인 태도를 유지했고,

피해자의 보다 강력한 요구를 받자 낮은 목소리로 사과했고 차분하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런 뒤 역할을 바꾸어 피해자가 된 주인공의 요청대로,

가해자가 먼저 다가와 피해자를 안아주는 것으로 연극은 마무리 되었다.

 

역할바꾸기 기법은 가해자 경험을 통해 사람들에게 가해자의 언행을 재연하면서,

가해자의 내면을 경험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고 

자신이 피해입은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나는 이것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대신,

주인공 스스로 오늘 심리극을 되짚어 보면서 정리해보는 것을 과제로 부여했다.

그리고 가급적 치료진(주치의, 수간호사, 사회복지사)과 함께 풀어보기를 권했고,

과제가 잘 안 풀리면 일주일 뒤 나와 함께 심리극 시간을 통해 계속 풀어보자고 제의했다.

 

주인공 스스로 혹은 치료진들과 잘 귀인(歸因)했다고 판단되면,

좀 더 안전하고 깊이있는 극진행이 가능할 것 같다.

하루빨리 그날이 오기를 기원하고, 기꺼이 그날을 준비하고 싶다.

 

심리극 진행에 큰 도움을 준 자원봉사자(김재규, 오재혁)와

신한대학교 간호학과 실습생 여러분 고맙습니다.